썰 백업/이벤트

한섭 이벤트 명 : 등불의 미라주

추가된 이벤트 신곡 : 재생(再生)

 

마후유의 과거사가 나오는 이벤트. 그런 만큼 이번 이벤트의 드림주 시점도 어린 시절으로 진행.

이하 내용은 자해, 부모의 싸움, 이혼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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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고개를 내저은 의사의 말에 여자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 했다. 이전에 일찍이, 이 남자와 결혼 할 때 부터 어떠한 고난과 곤경이라도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을터이다. 그 증거는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인 요아케만으로도 충분했다. 요아케는 고집이 쎈 아이였다. 동화책에 나오는 권선징악을 믿어 의심치 않는 수준이 아니라, 이 세상 만물 모든것이 선은 반드시 언젠가 돌려받고, 악은 반드시 언젠가 벌을 받을것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악에게 벌을 내리노라 다짐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같은 학급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다가 자신이 왕따 대상이 된 것을 요아케는 이해할 수 없는 눈치였다. 정확히 그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자신이 도와준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자신을 왕따 시키며 남들 보지 않을때에 "미안해, 졸업하면 끝날테니까." 하는 이중성에 신물이 난다고 했다. 결국 요아케는 학기초에 학교를 자퇴했다. 그 날 우리 부부는 심하게 싸웠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도, 그러면 안됐다.

 

신은 요아케와는 달랐다. 「평범하지 않았다.」 신은 태어나면서 부터 발달이 느렸다. 경계선 지능일지도 모른다는것이 의사의 말이었다.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요아케로 의한 고난과 곤경은 그나마 각오했던것이라 괜찮은 것일지라도, 신의 발달 부진에 대해서, 이제는 정말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됐어, 이혼 해줘."

내가 그 말을 꺼내자 마자 남편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이혼이라고? 도대체 왜?"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첫번째 부인에게도 모자라, 두번째 신부인 나에게마저 이혼이라는 단어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도저히 신을 감당할 수 가 없을 거 같아. 경계선이면 망정이지, 지적장애라면 난 도저히 신을 감당할 수 없어."

"하지만...! 아이는 장난감이 아니야! 낳고 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은 져야지!" 아마 요아케의 그 성질은 이 남자를 쏙 빼닮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덕책에나 나올 거 같은 발언이었다. "아니, 책임 못 지겠어. 이런 결과를 기다리면서 임신한게 아니라고!"

그 다음 순간, 뺨이 얼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내 뺨을 때리고 씩씩 거리고 있었다. 때마침 하교하고 돌아온, 아직 중학생이던 신이 그 장면을 봐 버린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남편은 신에게 가까이 가 조용히 타일렀다. 잘 해결될것이라고. "뭐가 잘 될거라고? 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잘되길래 이렇게 불행한건데, 우리가?" 내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소리치자, 신은 기겁을 하며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나, 나 때문이야? 어머니, 아버지..., 나 때문에 싸우는 거야?"

"아니야, 신......오해야, 얼른 방에 들어가자, 응?"

"...싫어, 싫어!"

다음 순간 신은 칼을 꺼내들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것 인지 칼을 보고 요아케가 비명을 질렀다. 

"신!"

제일 가까이 있던 남편이 찔리기라도 하려는 걸까, 내가 눈을 돌리려던 그 순간, 신은 그 칼을 자신의 몸에 대었다.

 

결국 일련의 소동은 경찰이 오고서야 끝이 났다. 우리 부부는 기나긴 이혼 소송 끝에 결국 내가 두손 두발을 들어 패배를 인정하며 마무리 되었다. 그때까지 몰랐던거지만, 신의 몸에는 그때 새긴 것 말고도 수 십개의 자해흉터가 있었다고 한다. 그 가정에서 나는 완전히 외톨이였다. 남자는 "그래도 우리가 낳은것이니 자해 행동이라도 이해해줘야 하고, 우리가 책임져줘야 한다." 라고 했으며, 요아케는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나도 어쩌면 그렇게 자랐을 지도 모르니까." 라고 했다. 나는 그 정신병자뿐인 집단에서 빠지기로 했으며, 지금은 잘 살고 있다.

 

가끔은 그 일이 트라우마 처럼 자기 직전에 떠오르곤 한다.